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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화물차 속의 자전거를 타는 신사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4A040301
지역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중리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엄원대

자전거만을 고집하는 로맨스그레이 서용도(79세) 씨를 보았을 때 내일 모레면 팔순 노인이 된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부산 가서 친구들 만나고 오는 중이라는 그는 꽃 자줏빛 드레스셔츠를 입었고, 옅은 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모습에서 단지 젊은 오빠만 생각났다.

인터뷰를 해 보니 아니다 다를까 잘나가는(?) 어르신이다. 그 옛날 시골에서 부산에서 상업학교를 다닌 것을 필두로, 공군경리기술하사관학교, 경찰학교 등을 거쳐 면서기(임시직), 농촌자원 지도자, 평화통일자문위원, 재향군인회 회장 등 경력이 화려하다.

이 마을은 처녀가 쌀 서 말을 못 먹고 시집갔다는 지극히 가난했던 마을이었으며 기름진 낙동강 변의 옥토에 심은 보리는 백중·칠석·추석을 전후로 하여 연중 행사인양 매번 범람함으로 인해 제대로 수확 한 번 못해보고 강물에 실어 보내야만 했던 빈촌 중의 빈촌이었다.

일제하에서는 그 땅마저 일인들에게 빼앗기고 가파른 천태산 끝자락 일군 뒤 목화 심어 겨우겨우 연명했던 마을이었으며 배고팠던 시절 남정네들이 민물고기를 먹고 간디스토마 등에 걸려 일찍 사망함으로써 남자들이 적었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일들을 아련한 추억으로, 향수로,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집집마다 승용 겸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일명 더블 캡이라는 화물차 한 대씩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다 승용차에 경운기, 트랙터, 오토바이 등 부촌의 상징이 되다 시피한 마을이 되었다.

서용도 씨는 이들 속에서 아직 자전거만 고집한다. 붉으래한 얼굴에 단단한 몸매를 가졌기에 건강의 비결을 묻자, 한마디로 ‘자전거 타기’란다. 아직도 농사를 직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만 다닌 덕분에 서울서 살다 내려온 여섯 살 연하의 동생보다 오히려 건강하게 되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 부산 수영천 모래를 채취(장전동 부산대 건물들은 모두 당신이 채취한 모래로 지었다고 한다)해 번 돈으로 농지를 사들여서 서른한 살 때부터 20여 년간 26,000여㎡에 ‘나이롱’ 복숭아를 심어 부농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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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는 서용도씨

이제는 여가를 즐기면서 농사를 하느라 7천㎡ 정도에 옥수수, 감자(2모작) 등 대체로 손이 덜 가는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아들로부터 용돈을 받아 쓸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서울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손자의 학자금이며 잡비를 간간히 보내주고 있단다.

▶ 신사의 동생 : 고희 넘어 귀농한 사장님 농사꾼

서정도(73세)는 서울에서 수십 년간 방직공장을 경영한 잘나가는 사장이었다. 일흔이 넘어 공장을 정리한 뒤 매연과 소음으로부터 탈출, 고향으로 귀농한 지 이제 겨우 2년차인 초보 농사꾼이다. 그래도 믿는 데가 있어서였는데 수십 년간 이 마을에서 ‘농사는 과학이다.’를 강조하며 농사를 짓는 형님(서용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개 동 면적이 600㎡인 비닐하우스 3개동(1800㎡)에서 딸기농사를 마쳐 쏠쏠한 재미를 보았단다. 이제는 4월 20일 그 자리에다 수박농사를 시작했다. 구덩이 하나에 수박 묘종 서너 개를 심어 재배하던 방식은 아주 옛날 방식이고 두 개 이랑에 50㎝ 간격으로 일렬로 한 포기씩 심고, 포기 당 한 개의 수박만 수확한다. 그러면 비닐하우스 한 동이면 몇 통의 수박이 생산되고, 한 통 당 가격이 책정되면 전체 가격이 나온다.

서씨의 경우, 비닐하우스의 길이가 90m에 두 이랑이므로 한 동에 360포기 곧 360덩이의 수박이 생산된다. 지면은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검정 비닐을 덮기 때문에 거름은 땅속에 묻어둔 파이프를 통해 액체비료를 준다.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농사짓는다.

형님네 집에서 동거하자는 걸 한사코 마다시고 컨테이너부스에서 혼자 생활한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는 주말에만 만난다고 한다. 수박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꼭 90일이 걸리는데 수박농사가 끝나면 내년 딸기농사 때까지 서울 가서 적조했던 친구들과도 만나는 등 휴가를 즐길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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