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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 도시인들이 함께 하는 마을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4B010308
지역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지산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류명환

지산에 가면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소문이 도시사람들에까지 흘러들어 갔는지 지산리는 외지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전원주택들이 적지 않게 들어서 있다. 서리 쪽의 윗마을에는 거의 부산 등지에서 온 외부사람들의 주택들이다. 지산마을도 독지골 쪽으로 대여섯 채의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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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지골의 전원주택

덕분에 땅값도 올라 지산의 경우 평당 70~80만원씩 하고, 서리 쪽은 평당 100만 원 정도로 거래된다고 한다. 지산은 지금 외지인들과 토박이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이야기로 마을이 꾸며지고 있다. 그 이야기는 토박이들이 보는 외부사람들과 외부사람들이 보는 토박이들의 이야기이다. 토박이 마을사람들은 외부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옛날에는 이 마을이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많고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별로 없었는 기라. 그런데 지금은 마을 토박이보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나 아니믄 여기에 집만 두고 가끔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 뿌따. 대체로 나이가 한 50~60대 정도 묵은 사람들이 정년퇴직하고 공기 좋고 물 좋고 돈도 쪼매 있고 하니까, 부산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식으로 여기 마을에 와가 살아가는 기라.”(김예분, 지산마을 농민, 82세)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여기에서 살지 않고 토, 일요일만 오는 사람들이 많으며, 빈 집을 수리해 쓰고 있다고 한다.(김호성, 지산마을 농민, 60세)

“요즘에는 마을에 외지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카이. 여기 공기가 좋다고 황토방 같은 집을 지어놓고 주말에 왔다 갔다 하믄서 산다 아이가. 요집 앞에는 여기 온 지 몇 년 안 된 사람이 살고, 저 우에 집에는 부산에서 의사한다고 하든데, 마 집을 별장처럼 지어 놓고 차 몰고 한 번씩 왔다 갔다 하고 그칸다.”(이순조, 지산마을 농민, 75세)

마을주민들은 주말에만 가끔 왔다가는 사람들을 외부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이 다들 어디에 사는지, 뭘 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언제 왔다 가는지까지 다 알고 있다.

마을에 들어오면 그게 외부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연스레 ‘식구’까진 안 되어도 ‘먼 친척’까진 되는가 보다. 하지만 마을생활에 참여가 적은 외부사람들이 토박이 주민들에게 곱게만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외부사람하고는 사이가 별로 크게 좋은 편이 아이다. 동네 일하거나 청소를 할라카면 그 사람들은 안 나오고 우리만 하는 기라. 청소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집에 있어도 안나오고 집에 딱 박히가 있다. 우리 청소할 때는 경운기까지 가지고 나와가꼬 음식물 찌꺼기 같은 것들 다 모아서 버리고 한다. 요새는 음식물 찌꺼기도 함부로 버리믄 벌금을 내야 되기 때문에 아무데나 못 내버리는 기라. 딱히 버릴 때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따로 가꼬가가 경운기에 실어서 통도사 쓰레기장으로 가지고 가가꼬 부어 버린다 아이가. 쓰레기차로 해서 버릴라 하모 봉투를 사야 하는데 봉투 값을 감당할 수가 없어가꼬 마을에서 다같이 한꺼번에 가꼬가가 버리뿐다. 집에서 나오는 보통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두믄 목요일이 되면 아침에 차가 와가꼬 가지고 간다. 우리는 다같이 그렇게 청소하고 있는데 외부사람들도 나와가꼬 하믄 좋을낀데 안 한다카이.”(김호성, 지산마을 농민, 60세)

이러한 마을 생활이 도시에서 살다 온 외지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마을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함께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는 외지사람들의 모습에 오히려 어리둥절해 한다. 그리하여 결국엔 함께 사는 마을인데 그런 마을 청소에 참여하지 않는 외지사람들이 마을사람들에게는 미운오리 새끼가 되고 만다. 그렇게 외지사람들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벽이 생겨 버리는 것이다.

마을에서 미운오리 새끼가 된 외지사람들은 또 그들끼리 별도의 모임을 형성하게 되었다. 외지에서 지산마을로 이사와 몇 년째 살고 계신 분의 말에 따르면, 본토사람들끼리의 모임이 있듯이 여기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따로 계모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계신 분들과는 함께 하는 게 없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서로 나이대가 차이가 좀 나지만 자연을 좋아해서 온 사람들이다 보니 공통점이 있어서 잘 지내는 편이라고 한다.

지산 밑에는 전원마을만 짝지어져 있는 동네가 있는데 그곳은 오히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의 인원수가 많아서 오히려 외부사람들끼리 뭉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은 외부인들끼리 단합을 해서 오히려 본토 사람들이 외부사람들한테 끌려오는 식이 된 경우이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인원이 너무 많다 보니까 본토 사람들이 이끌어 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지산마을에 뒤늦게 들어온 외지인들은 여기 마을에 원래부터 살았더라면 마을사람들과 다 같이 친했을 텐데 뒤늦게 오다보니 마을 원주민들과는 서먹한 게 있다며 아쉬워한다.

마을에 토속적으로 살던 사람들은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 비해서 배타적인 부분이 있으니까 괜히 외부사람들이 들어와서 마을을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싫어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동네사람들과 외부사람들이 같이 계를 안하다보니 친해지지 않아서, 어떤 결정적인 일에 있어서는 외부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 지산에는 외부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원래 살던 사람들이 다 이끌어 가는 식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일은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대체로 다들 그런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마을사람들과 마을에 들어온 외부사람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서로가 서로를 원하면서도 누가 먼저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해 주춤거리는 것 같아 보인다. 도시에서는 서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마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티격태격하더라도 서로에 대해 관심의 끈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와 다르다.

마을은 또 다시 이야기를 쓴다. 겉보기에는 마을의 원주민들과 외부사람들이라는 두 부류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엔 그 둘의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마을의 테두리 안에서 하나가 되어가는 앞으로의 과정을 더욱더 기대해 본다.

[정보제공]

  • •  김예분(지산마을 농민, 82세)
  • •  김호성(지산마을 농민, 60세)
  • •  이순조(지산마을 농민, 7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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