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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의 만남4 : 초산댁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4B030104
지역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구판장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종락

일요일, 다시 찾은 만남의 광장에는 등산객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많다. 나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수도 토요일보다 늘었다. 이쪽으로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온다. 눌러 쓴 모자 위 에 덮힌 수건 아래로 살짝 가려진 고운 얼굴이 보인다.

곁에 가서 말을 건네 본다. 17살에 28살 신랑을 따라 시집 온 초산댁 김백수(87) 할머니다. 서운암 들꽃 축제에서 가져간 것 다 팔고 돌아오는 길이란다. 자세도 꼿꼿할 뿐만 아니라 한눈에 정정해 보인다. 평소 자기관리에 철저한 할머니인 것 같다. “담배댁, 성주댁”하면서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택호를 부르며 알은 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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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산댁 김백수(87) 할머니

어린 신부는 이웃 동네의 11살 차이가 나는 신랑을 만나 결혼했다. 첫날밤에 신랑 얼굴을 처음 봤다. “나는 젊고 자기는 나이가 많고, 자꾸 깡새를 보는 기라. 그때는 끄집어내도 못가고 이집 밥 아니면 못살 줄 알고 버텼지. 요새 같으면 벌써 가버렸지.”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하며 웃는다. 반달처럼 올라간 입꼬리가 아주 자연스럽다. 그의 얼굴이 참 밝다.

김백수 할머니는 백련암 승려 원산의 고모다. 또 금수암 스님의 종고모이기도 하다. 백련암에서는 ‘고모보살’로 불린다. 내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 연등에 붙일 등표를 나누어 주러 집집마다 다녀야 된단다. 연로하지만 내 몸 움직여 하는 그 일도 필시 보시이리라.

“우리 오빠하고 두 오누이가 커서 우리 오빠는 9남매 낳았다. 울 엄마가 청춘에 혼자되어 오빠는 5살 먹고, 나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유복자로 태어난 기라. 오빠는 92살에 돌아가시고, 나는 이름을 ‘백수’라고 지어서 그런지 이래 오래 산다. 우짜꼬? 하하하.” 유쾌하게 웃는다.

밝은 마음을 가지는 것도 장수하는 비결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는 8남매를 낳았는데 홍역에 아들 2명을 잃었다. 그땐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 묻으러 가는 것을 종종 봤다고 한다. 지금은 아들 내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딸 둘은 미국에 이민 가 있고 두 명은 충북 영동에 살고 있다. 미국에 있는 딸들 집에 가서 몇 년 살기도 했단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술 인심이 후한 편이었는데 91세에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가시는 걸 보고 술 시주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며느리가 참 잘한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는 직장에서 돌아오는 며느리를 맞으며 “아이구, 우리 대통령 온다.”라는 유머를 구사하는 멋진 시어머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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