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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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구는 노씨 아줌마의 큰 아들이다. 남편 강씨는 성남 상대원동 구석에서 이름도 없이 살지만, 범구만은 넓은 세상에 나가 살길 바랬다. 다행히 범구는 깐깐하면서도 화통하고 남자다웠다. 자기를 더 많이 닮은 큰 아들을 보면 노씨 아줌마는 뿌듯했다. 아들 범구는 공군사관학교를 가서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수술 자국이 있어서 불가능했다. 한동안 방황하는 범구를 노씨 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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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강씨는 부모를 일찍 여의었다. 꼼꼼하고 가정적이긴 했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노씨 아줌마는 좋아하지 않았다. 노씨 아줌마는 꿈도 많고 성격이 화통한 편이었다. 옆에서 밀어줄 테니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번 밀어붙여 보라고 부추겨도 남편은 이리 재고 저리 재고하면서 평생을 직장에 매어 직장 생활을 했다. 부업을 해서 현금이 들어와도 노씨 아줌마는 기분 좋게 한 턱씩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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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관할에 있는 옛 지명. 동쪽은 광주시 광남동과, 서쪽과 남쪽은 같은 중원구 하대원동 관할 법정동인 여수동과 분당구 야탑동, 북쪽은 하대원동 관할 법정동인 갈현동과 각각 접하고 있다. 총 3.0㎢의 면적으로 중말(中村)과 그 남쪽에 응달말, 북쪽에 섬말[도촌(島村)]의 3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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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아줌마, 그녀는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어느 날 아버지가 성남이 개발될 것이라는 정보를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는 보따리를 싸게 했다. 성남과의 느닷없는 인연이 시작된 것이었다. 물론 노씨 아줌마는 아직도 아버지의 정보의 출처를 알지 못한다. 출처조차 확실치 않는 정보에 의지해서 그녀의 가족은 1968년 무렵 성남으로 이주해 왔다. 그녀 나이 9살 무렵이었다. 아버지 대신 엄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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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여러모로 노씨 아줌마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다. 노씨 아줌마는 일찍 시집간 맏딸 대신이었다. 그녀 덕분에 어머니는 그나마 장사를 나다니며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씨 아줌마는 한 마디로 살림꾼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녀를 일찍 시집보내고 싶지 않았다. 딸이 선을 보고 남자를 사귀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것이 벌써 시집갈 생각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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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아줌마는 부업하는 사람들이 손 못 놓는 이유를 잘 안다. 또 텔레비전 프로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부업하는 달인 아줌마들이 왜 그렇게 손이 빠르고 정확해졌는지 잘 안다. 노력한 만큼 정확하게 들어오는 돈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20일 정도 한다면 될 거예요, 없을 땐 없고 있을 땐 있고 그러니까. 그러면 그게 보통 평균적으로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우리 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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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초에는 그냥 집안일만 했다. 하지만 삶의 목표를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러다가 주위 할머니들을 도와 심심풀이 삼아 도라지 까기를 시작했다. 상대원시장 상인에게서 도라지를 받아다가 한 양푼씩 까면 그 때 돈으로 1000원을 받았다. 1986년 즈음해서 우연히 지퍼 부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389단지의 쓰러져 가는 허름한 2층 기와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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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은 첫 발을 딛던 40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변했다. 철거민이 막 들어와 하꼬방 슬라브집에서 살기 시작했던 것이 어제 같다. “제가 학교 다닐 무렵만 해도 시장 고쪽으로 개울 또 완전 산꼭대기고, 막 집이 듬성듬성 있고, 돌산이라고 그럴까 돌 있고, 덜렁 학교가 하나 지어 있었고 그랬었잖아요. 그때만 해도 물 사정도 안 좋고. 그래가지고 막 굉장했었어요, 청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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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 아줌마는 아이들 교육에도 열성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학부모회는 가능한 전부 쫓아다녔다. 녹색어머니회 같은 교통 봉사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노씨 아줌마는 한 가지 원칙을 지켰다. 학기 초 임원 선출이 있기 전까지는 그런 활동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이 나름대로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굳게 믿었다. 치맛바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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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8년 제1차 왕자의 난 때 공을 세운 정사공신 한천군(漢川君) 조온에게 발급된 왕지(王旨). 조온 사패왕지는 조선 태조 7년(1398) 제1차 왕자의 난에 공을 세운 조온[1347∼1417]에게 공전(功田)을 내린 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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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옆에 돌고래다방이 있었다. 노씨 아줌마는 주로 그곳에 가서 음악을 들었다. MP3 기기가 발에 채이는 요즘에는 다방에 가서 음악 감상을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하는 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튼 그때는 음악 감상을 위해서 다방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걔는 박천마을에 나는 이천마을에 살았거든요. 그러면 우리집을 지나서 가야 하는데, 그 친구가 맨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