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다방에서 맞선 봤던 여자를 두 번째 만났을 때 구보는 청혼을 했다. 둘 다 혼기가 찬 상태였고, 서로 바쁘게 사니까 시간 끌 일 없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여자 쪽에서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눈치였고 빨리 확답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혼을 받은 여자도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러자고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자는 서울 대치동에서 살았고, 신학생이었다. 그리고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