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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리속의 업(業)구렁이 이야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4C040301
지역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엄원대

양산대학 앞에 살고 있는 정효삭(68세)은 소토리에서 업(業)구렁이를 죽이고 가세가 기운 자신 가족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다. 젊었을 때 그의 가족은 내전마을에서 살았었다.

일본에 건너가 고철 장사로 부를 축적한 선친(치돈)이 이곳에 과수원을 매입하고, 정미소를 차려 떵떵거리며 살 때의 이야기다.

오래된 기와집 처마는 참새들의 둥지로 제격이었다. 어느 날 진대(구렁이) 한 마리가 이 참새를 잡아먹으려고 정씨네 집 기왓장 밑의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실수로 왕장(천정에 바르는 종이 또는 그 종이를 바른 천정) 위로 떨어졌다.

오도가도 못하는 구렁이를 위해 어머니가 부엌칼로 천정을 찢어주자 2m가 넘는 구렁이가 방바닥으로 떨어져서는 장롱 밑으로 숨은 것을 아버지가 지게 작대기를 이용해 그 구렁이를 밖으로 몰아내어 살려 주었다.

그런 뒤부터 이 구렁이가 멀리 가질 않고 정씨네 집 대나무 숲 울타리 속에 있다가 밥 때가 되면 마당으로 나왔는데 어머니가 그때마다 밥을 주면 받아먹고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당시에는 정씨네 집은 그렇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집들이 가난해서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던 때였다. 사람들조차 굶주리던 때에 매 끼니마다 구렁이가 나타나 밥을 축내는 것이 얄미웠던 정씨는 형과 함께 어느 날 가족들 몰래 그 뱀을 죽여 버렸다.

그런 뒤, 뱀은 땅에 닿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어른들의 말을 좇아 둘이서 뱀을 울러 매어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탱자나무 위에 걸쳐뒀단다. 그리고 며칠 뒤 화장실에 갔는데 그 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정씨를 노려보더라는 것이다. 혼비백산하여 탱자나무 있는 곳에 달려가서 보니 전에 죽여 걸쳐둔 뱀은 그대로 있더란다. 알고 보니 암수 한 쌍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형과 함께 나머지 한 마리도 죽여 버렸단다.

정씨네는 한때 상머슴에서 꼴머슴(소꼴을 베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어린 머슴으로서 새경은 주지 않고 먹고 잘 수 있게만 하는 머슴)까지 일곱 명의 머슴을 거느린 부자였다. 광복 전후에는 방앗간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부자이던 시절에 정씨네는 과수원에 전답까지 두루 가진 상당한 부자였던 것이다.

구렁이를 죽이고 난 얼마 뒤 방앗간에 두 번이나 불이 났다. 처음 불이 났을 때는 전답을 팔아 재건을 했으나 두 번째는 외양간까지 타는 바람에 그 안의 소까지 다 타서 죽었다. 불로 허물어지다 남은 검게 그을린 바람벽의 모습에 어머니는 두려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결국 정씨 가족은 이웃한 대석마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머슴들을 시켜 양산읍내 모든 화장실의 대소변을 장군으로 수거하여 농사를 지었었는데 한 머슴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그 머슴을 대신하여 장군을 옮기게 되었다. 그러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는 그만 불구가 되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불행이 끊이지 않았으며 덩달아 가세는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져 갔다.

정씨는 지금도 이 모든 불행이 그 업구렁이를 죽인데서 비롯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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