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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철조망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4B010106
지역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통도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기혁

양산시는 2007년 9월 한 농민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주인공은 하북면 지산리 지산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최학용(67) 씨였다. 그 편지의 내용은 시에서 지난 7월에 설치한 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인 전기울타리 덕분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지 않은 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생동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300여 마지기를 경작하는 농민들이 밤새 경운기를 틀고 깡통을 두드리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피해가 줄지 않아 허탈한 가을을 맞이했는데 지난 7월 양산시에서 전기울타리를 설치한 이후부터는 전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양산시민신문, 2007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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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울타리

해마다 마을에는 멧돼지들이 영축산 자락 논밭에 출몰해 수확기를 맞은 고구마, 옥수수, 조생종 벼논 등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멧돼지를 쫓기 위해 경운기에 시동을 걸어놓거나 논밭에 호롱불을 밝혀놓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멧돼지를 총으로 포획하려 해도 인근에 사찰이 있어 어려운 데다 올가미 등을 이용할 경우 다른 동물들이나 사람이 엉뚱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기 때문이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여전히 멧돼지의 습격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시에서는 야생동물로부터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도사 산문 왼쪽으로 마을과 인접한 경계지역을 따라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다.

그렇게 철조망은 산을 따라 병풍처럼 둘러쳐져있게 되었다. 이 후 마을 주민들은 멧돼지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힘들게 키워온 농작물을 멧돼지의 습격에 의해 물거품으로 되돌려야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없어지게 되어서 마을 사람들은 그에 대해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까지 써가며 양산시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에 생긴 철조망은 또 이렇게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 놓는다. 이제는 멧돼지에 의한 피해도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마을사람들은 저 철조망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도 까마득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멧돼지를 쫓기 위해 밤새 피워두었던 호롱불의 기억도 함께 말이다. 도란도란 살아가는 마을에 철조망이라는 풍경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 철조망도 동물과 함께 티격태격했었던 추억의 장소로 오래 기억되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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