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4006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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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家庭信仰 |
영어의미역 | Household Worship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남도 양산시 |
집필자 | 김승룡 |
[정의]
경상남도 양산 지역에서 집 안에 개별적으로 신을 모시는 신앙.
[개설]
개인이 개별적으로 신을 모시고, 제사를 드리며, 기복을 하는 신앙으로서, 그 대상신에는 성주·업·조왕·터주·천륭·측신(廁神)·문신(門神)·칠성님·용왕님·외양간신·삼신·시준 등 다양하다. 주로 자손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거나 집안의 안녕을 위하여 모신다.
가정신앙과 관련된 보고는 그리 많지 않다. 양산시 물금읍 물금리 동부, 서부, 중부, 남부를 비롯해 증산리 남평 등지에서는 현재 가정신앙이 사라졌다. 다만 증산리 상리마을과 가촌리 본리마을, 신기마을 등지에서는 토착민 가구의 약 10% 내외가 시준단지를 모시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 가운데 가촌리 본리마을 조덕숙 할머니가 모시고 있는 시준단지를 예로 들어 가정신앙의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가정신앙의 사례]
시준단지는 큰방의 남쪽과 서쪽 사이의 벽 모서리에 선반을 만들어, 그 위에 모셔두었고, 방바닥으로부터 191㎝ 정도의 높이에 안치하여 사람의 손이 닿지 않도록 하였다. 높이 12㎝, 밑면 지름이 15㎝, 뚜껑 지름 9㎝ 가량의 옹기그릇에, 창호지로 윗부분을 덮고 짚으로 동여매었다. 원래 뚜껑을 덮어주지 않았는데, 쥐가 시준단지의 쌀을 먹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설 때문에 덮는다.
한해 농사를 지어 처음 수확한 벼를 깨끗하게 마련하여 볕에다가 바싹 말린다. 그리고 9월부터 섣달 사이에 손 없는 날을 가려 주부가 시준단지의 묵은 쌀을 햅쌀로 갈아넣고 간단한 고사를 올린다. 당일 새벽 일찍 주부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은 뒤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때 아무도 모르게 주부 혼자만 단장을 하는데, 이는 상주나 산모가 보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목욕 재계가 끝나면 시준단지 바로 아래쪽 방바닥에다 상을 차리고 그 위에 나물 한 그릇, 찬물 한 그릇, 밥 한 그릇 등을 떠놓고 촛불을 켠다. 그런 다음 시준단지를 꺼내 그 속에 든 묵은 쌀을 비워놓고 준비해 둔 햅쌀을 채운다. 햅쌀은 대략 8~9홉이 되도록 채운다. 쌀을 갈아넣고 난 뒤에는 시준단지를 향해 “시준님네요, 우짜던동 마 그렇습니더. 빕니더”라는 식으로 빌면서 절을 세 번 한다.
그런 다음 “시준님네 소집니더”라고 말하고 식구 수대로 소지를 올린다. 이런 절차가 끝나면 시준단지에 들어 있던 묵은 쌀로 밥을 지어서 온 식구가 나누어 먹는다. 이때 나물 이외의 고기 종류는 절대 먹지 않는다. 또 가족끼리만 나누어 먹고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 시준단지의 쌀이 변색되거나 좀이 생기면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반대로 쌀의 색깔이 맑고 깨끗하면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의의와 평가]
인간의 삶은 불확실하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어떤 존재에게 삶의 일정 부분을 의탁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신을 모시고 숭배했던 것은, 겸손한 인간의 소박한 습성의 유습이다. 특히 이들이 바랐던 것이 거창한 이념이나 공동체의 안녕이 아니라, 한 집안의 소소한 기복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신앙의 정직함과 절실함을 보여준다. 또한 일상사에 늘 두려운 어떤 존재를 상정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려 한 옛사람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