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4A04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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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신곡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종락 |
신곡마을 이철수(54) 씨는 지난해(2007)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의 지원과 자비를 들여 하이 베드(High Bed) 딸기를 재배하기 위해 선진 농업현장을 견학하고 왔다. 네덜란드에는 처음이지만 일본은 자주 다닌다.
평소에도 농사에 관한 교육을 남들보다 많이 받는다. 언제 어디서든지 배우기 위한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어쩌면 지난 시절 남들처럼 많이 배우지 못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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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씨
이렇게 보고 듣고 배운 것을 토대로 연구하고 실험을 거듭하여 임금이 높고 인력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 재배 방법을 모색한 끝에 지난해(2007)부터 딸기 모종을 화분에 심어 재배하는 분(盆)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힘든 부분이 있어 사비를 들여 농약자동화시스템과 양액배양기도 들여오기도 했다. 딸기 재배 시, 규산이 많으면 딸기가 익어도 흰색을 띠는 백낙과가 되는데, 당도도 높고 맛은 있지만 딸기 원래의 색인 빨간색이 나올 수 있도록 실험과정도 거쳤다. 그 결과 만족한 결과를 얻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화분 딸기를 출하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딸기를 아파트의 베란다 등 집에서 직접 키워서 따 먹을 수 있는데, 분 하나에 4포기를 심으면 2㎏ 정도의 딸기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시장이나 가게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직접 키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올해(2008)에도 분을 그대로 내보냈으면 성공했겠지만 그러지 않고 분에서 재배한 딸기를 따서 출하했다. 영양공급이나 햇빛, 수분 등을 기계가 아닌 인력으로 영양을 맞추어야 하므로 모든 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잠시 미루었다. 영양제도 함께 공급하여 소비자가 생산자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는 본인이 생산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갔을 때 100% 만족은 아니더라도 80%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분딸기를 납품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분딸기를 개발하기 위해 선호도도 조사했는데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맞춤식 개발인 셈이다. 사람들에 따라 선호하는 것도 달라서 여자들은 새콤달콤한 것을 노인들은 육질이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국산 품종인 설향과 매향, 일본 품종은 장희로 분딸기 실험을 했다. 설향과 매향은 여자들이 선호하고 장희는 단맛밖에 없어 젊은 층에서는 먹고 나면 느끼하다고 한다. 앞으로도 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되는 국산 품종을 선택하여 실험을 계속할 예정인데 2~3년 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와 실험에 필요한 상토는 1천5백만 원을 들여 네덜란드에서 수입했다. 그것마저도 적시에 공급이 되지 않을 뿐더러 높은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수입을 해도 본인이 계획대로 실험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 연구와 어우러지는 농사
이철수 씨가 연구하고 실험하는 대상은 비단 딸기만은 아니다. 수박을 비롯한 고추, 토마토, 복분자, 한라봉 등 분에 올려 실험을 하고 있는 작물은 7~8 종류나 된다. 그 뿐 아니다. 딸기를 말려 분말이 들어간 막걸리와 고추장을 만들어 보기도 했으며, 딸기를 이용하여 차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막걸리는 여러 사람에게 시음과정을 거친 결과 신맛이 난다는 반응이 있어서 방향을 바꾸어 와인 쪽으로 연구하고 있다.
딸기를 말리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분말이 들어간 고추장은 발효가 잘 되었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방면으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든 그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면 바로 연구와 실험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는 지론은 “앞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한 몸 같이 움직여야 될 것이며, 도시와 농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꾸준한 노력을 하다보면 양산에서도 농약 없이 생산한 농산물을 출하하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농장을 전체적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 친환경 농산물 등록을 하여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우스를 짓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즉시 실행하지 못하지만 점차적으로 계획대로 실행할 예정이다.
이철수 씨는 “이미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모든 것이 개방되는 현시점에서 우리의 소비자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와야만 우리 농민들이 살 수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비장함까지 보인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충만해 있으며, 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그는 또 “최고의 상품을 생산하여 최고의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연구하고 실험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연구와 실험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나 의문점이나 생겨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서슴없이 길을 나선다. 그가 주로 찾는 곳은 경북대학교, 전남대학교, 산청농업기술센터, 논산 딸기시험장,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등인데 그곳을 찾아 교수와 연구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낮에는 농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을 이용해 몇 시간씩 걸리는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남들이 자는 시간에 나는 배우러 가야 되고, 남들이 노는 시간에 나는 실험을 해야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런 일련의 연구와 실험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은 누구의 도움이나 기관의 지원 없이 사비를 털어서 하고 있다.
▶ 식물과의 대화
이철수 씨는 토양을 개량하기 위해 미강(부드러운 쌀겨)과 천매암을 섞은 퇴비도 만들었다. 토양을 개선하고 지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퇴비인데 이를 위해 경북 의성의 한 연구소에 미강 2.5톤과 천매암 2톤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활성탄을 쓰기도 한다. 숯은 토양에 들어가면 미생물 아파트가 되며 공기정화와 수분을 자동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인체에도 좋아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그는 “내가 더우면 식물도 덥고, 내가 목이 타면 식물도 목이 탄다.”고 말할 정도로 이미 식물과 한 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지난해(2007) 원동면민체육대회가 있던 날은 꽤 더웠는데, 한달음에 달려가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물을 뿌려 준 적이 있다. 자신은 더위를 먹어가면서도 식물에게는 물을 뿌려 주었는데 그 생육상태는 엄청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더위를 먹으면 다음날 표시가 나지만, 식물은 보름 정도가 지난 후라야 알 수 있는데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은 병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이어 “내가 즐거우면 식물도 즐겁기 때문에 음악도 들려준다.”고 덧붙인다.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식물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데, 음악을 켜 놓고 식물을 가만히 쳐다보면 춤을 추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보통사람과는 달리 식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는 “식물과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농사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 앞서 가는 길은 쉽지 않아
신곡마을은 경상남도로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되었다. 거기에는 이철수 씨가 역할을 했다. 그의 계획은 딸기와 수박농사를 많이 하는 마을의 특성을 감안하여 정보화를 정착시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키는 전자상거래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양산시에서는 최초로 정보화마을로 지정받아 대학교수와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서 주민들에게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마을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그러나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다보니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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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마을
그는 또 지난해(2007)에 영농법인체를 구성했다. 농산물 집하장과 공동선별장을 만들어서 집하에서부터 선별, 출하를 한 곳에서 할 계획이다. 그것은 비단 딸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원동의 특산품인 매실도 할 수 있으며 밤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지 확보와 각 분야별 전문 인력 양성이 필수인데 그 또한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전자상거래도 이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이 전문화가 되면 자연적으로 생산자는 생산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면에서 남들보다 앞서가는 이철수 씨는 “선구자는 외롭다.”고 말한다. 이런 외로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도록 주위의 지원과 아낌없는 성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해 본다. 선진영농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농부 이철수 씨의 연구와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실험정신과 도정정신이 마음껏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